성인용품 [100-76]성인용품 가게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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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내게 그리 관심을 두지 않는다. 더구나, 걸어가고 있는 나를 관심 있게 쳐다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걸어가는 누군가를 유심히 보지 않듯이, 그들도 지나치는 타인의 삶에 관심 없다. 우린 서로를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그렇게 모두가 자신들의 목적지를 향해 분주하게 사라져간다. 토요일 정오 건대입구역은 젊음으로 북적거렸다. 불혹(不惑)을 넘긴 우리가 젊음을 만끽하고자 은근슬쩍 스며들었다. 오랜만에 찾은 번화가의 거리라 마냥 두리번거리며 줄줄이 늘어선 가게 구경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약속이라도 한 듯 우뚝 멈춰 선 곳은 성인용품 전문점. 감추는 성생활을 배워 온 우리의 눈앞에 활짝 열린 가게 문을 보고,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는데 마주 본 얼굴엔 놀람과 민망함이 뒤섞였다. 그러나 정작 바닥에 붙은 발은 누구도 먼저 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웬일이야! 웬일이야!! 이런 번화가에? 젊음이 오가는 거리에? 저리도 민망한 가게가?’입 밖으로 말하지 않아도 속마음을 읽은 우리가 당황스러운 눈동자만 굴리며, 멋쩍은 표정으로 가게와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기만 할 뿐이다. 그렇게 민망해하면서도 발길은 떼지 못하고, 스물일곱 발자국정도 떨어진 곳에서 훔쳐보는 몸은 점점 움츠러들고 있었다.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서지도 못하고 구경만 하는 우리와는 다르게, 젊은 연인들이 손을 잡고 들어갔다. 곧이어 지나가던 여자 둘도 까르르 웃으며 호기심으로 들어갔다. 심지어 남자들 무리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들어간다. 목포와 호기심을 향해 다들 망설임 없이 움직였다. 활짝 열린 문만큼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었다. 부끄럽다고 생각하며 수치스럽다 여기는 우리가 제일 이상한 사람이었다. 끓어오르는 호기심을 분출하지 못하고 서성이기만 하다 결국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오랜만에 만나 먹는 점심임에도 메뉴에는 관심이 없다. 베스트라고 적힌 음식을 시키고 방금 지나쳐 온 성인용품 가게에 대해 누가 듣기라도 할까 봐, 소곤거리며 밥을 코로 먹었는지 입으로 먹었는지 모르게 먹었다.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하는 이야기 주제 역시 달라지지 않는다. ‘민망하게 대낮에 문을 열다니? 요즘 젊은 애들 대담하다, 지나가는 사람 중엔 가족들도 있는데 길에 저런 게 있어도 돼? 세월 참 좋아졌다.’ 예상치 못한 문화충격에 쉽게 대화의 주제를 바꾸지 못한다. 그러다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던 그 길,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성인용품 가게 앞에 우린 또 약속이나 한 듯 멈춰 섰다. 그리고 이번엔 용기를 내어 본다. 귀신의 집이라도 들어가는 것처럼 둘이 손을 꼭 잡고, 그곳을 드나드는 그들과 같이 아무렇지 않은 척해보려 하지만, 몸속 어딘가에 숨어 있던 수줍음까지 튀어나와 얼굴이 화끈거린다. 누군가 그런 우릴 지켜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눈치가 보여, 번갯불에 콩 볶듯 후다닥 한 바퀴 돌고 나와 버렸다. 그런데, 뭔가 모를 희열이 느껴진다. 이상한데 뭔가를 해낸 기분이 든다. 개방적으로 활짝 열린 성역을 다녀왔다는 뿌듯함이 스멀스멀 솟아오른다. 우린 서로 마주 보며 그게 뭐라고 그리 눈치를 살피며 민망했는지, 깔깔거리고 허리까지 꺾어가며 웃어젖힌다. 오늘 우리가 만나서 한 것 중 제일 알찬 일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성인용품 가게를 나와 뿌듯해하며 웃어대는 우리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젊음으로 가득 찬 건대입구역 번화가를 오가는 사람들은 오늘도 그저 각자의 길을 갈 뿐이다. 내가 불혹(不惑)을 넘긴 것도, 성인용품 가게를 다녀온 것도 그들은 관심 없다. 우린 지나치는 서로에게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북적거리는 건대입구역에선 서로가 서로를 스치며 흩어져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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